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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차 대전 영화 추천 :: 시간과의 싸움, 1917리뷰/영화 리뷰 2021. 2. 21. 23:04
println("스포조심")
배경
1차 세계 대전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4년 동안 지속된 전쟁이다. 이 명분 없는 전쟁은 힌덴부르크 라인이라는 참호 지대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데, 이 기약 없는 소모전에 무수한 양측 병사들이 희생된다. 그러던 중 미국이 참전하게 되면서 독일은 전세의 불리함을 느꼈고 점령했던 지역을 포기하면서 후방으로 철수하게 된다. 연합군 병사 스코필드와 블레이크의 이야기는 이 즈음의 파스샹달 전투에서 시작된다.
샘 멘데스 감독은 1차 세계 대전에 전령병으로 참가했던 할아버지 알프레드 멘데스를 통해 들었던 전쟁 경험을 이 영화에 녹여냈다. 2차 세계 대전에 비해 1차 세계 대전은 그리 상업화되지 못했다. 의미 없는 전투, 영웅이 등장하기 힘든 소모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화하기 힘든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감독은 기생충에 버금가는 명작을 만들어냈다. (이 영화와 경쟁해서 당당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 국뽕이 차오른다)
촬영 기법 :: 원 컨티뉴어스 쇼트
영화 초반부에는 별로 못 느끼다가 한 10분쯤 지난 어느 순간, "그런데 왜 장면이 넘어가는 씬이 없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긴 호흡의 영화는 처음이었다. 과연 어디까지 한 테이크로 촬영하는지 관찰해봤다. 그런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테이크로 가는 것이다. "하나의 영화가 이렇게 한큐에 촬영될 수가 없을 텐데...?" 혼란과 혼돈에 빠졌다. 영화가 끝나고 리뷰 영상을 찾아보니, 사실 중간중간 컷이 넘어가는 지점들이 있었고 이 지점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기법이 바로 원 컨티뉴어스 쇼트였다. 버드맨이라는 영화에서도 이 기법이 사용됐다. 최근에 개발된 촬영 기법은 아니고, 1948년 로프라는 영화에서도 이미 사용되기도 했다.
이 기법을 사용하면 관객의 몰입도를 극도로 높일 수 있다. 어쩐지 새벽 2시에 보기 시작했는데도 전혀 졸리지가 않더라. 전쟁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긴장감과 현장감의 연속이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뚜렷한 컷을 발견할 수가 없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는 두 주인공에게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몇몇 전투씬은 마치 FPS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인공은 죽지 않는 다는 뻔하디 뻔한 영화적 장치를 알고 있었지만 현실감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온 신경이 집중됐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감이 떨어질 때가 많아 아쉬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후, 원 컨티뉴어스 쇼트 기법이 사용되면 이렇게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음에 놀랐다.위 영상을 보면, 좁은 참호에서 롱테이크 촬영을 할 때 카메라 앵글을 360도 회전해야 하는 등 조명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했어야 했는데, 감독은 "그렇기 때문에 영화 촬영은 신에게 달려있습니다" 라고 하기도 했다.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만큼 어려움이 많은 기법인 것 같다.
영화가 끝날 때쯤 연합군 1,600여 명이 적진을 향해 일제히 돌진하는 전투 시작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을 보고는 압도적인 스케일에 입이 떡 벌어졌다..ㄷㄷ 스코필드는 적진으로 돌진하는 동료들의 방향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며 사령관을 향해 달린다. 뛰던 중 동료들에 부딪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달리는 것도 촬영을 멈출 수 없는 원테이크의 특징 때문에 탄생한 애드리브라고 한다. 원테이크로 촬영하기 때문에 수많은 인원들을 한 번에 통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영화관에서 봤으면 좋았을 텐데 ㅠㅠ 아쉽다.
생생히 느껴지는 전쟁의 참혹함
영화 중반부에 주인공 블레이크는 임무 달성을 위해 사람이 존재할 수 없는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를 건너게 된다. 그러던 중 사고를 당한 독일군 전투기 조종사를 구해주다가 오히려 칼에 찔려 죽게 된다. 블레이크는 지도를 잘 볼 수 있고 형을 구해야만 했기 때문에 끝까지 살아남아서 임무를 완수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블레이크가 죽다니?? 뻔한 클리셰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장면에 신선함을 느꼈다. 이후 홀로 남은 스코필드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죽을뻔한 위기를 넘기고는 엎드려 흐느낀다. 이 장면은 BGM도 없었고 특별한 영화적 장치도 없어 보였는데, 이렇게 날것의 장면으로도 스코필드의 막막한 슬픔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조지 맥케이(스코필드)와 딘 찰스 채프먼(블레이크)은 쟁쟁한 조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화계에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언밸런스한 캐스팅을 통해 오히려 전쟁의 주인공은 평범한 병사들이라는 것이 강조되는 것 같다.
덩케르크와의 비교
전쟁영화라는 점에서, 1917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덩케르크와도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관객을 전쟁 한복판으로 끌어들였고, 꾸밈없는 날것의 참혹함을 느끼게 한다. 두 영화 모두 뻔한 클리셰의 비중이 적은 듯한 느낌이라 현실감이 많이 느껴진다. 다만 덩케르크는 넓은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1917은 스코필드와 블레이크 두 병사의 눈을 통해 직접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끝으로
위 유트브 영상에서 김중혁 작가는 "이 영화를 반으로 나누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스코필드가 기절하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집에서 BTV로 봐야 한다. 그리고 스코필드가 기절했을 때 같이 티비를 끄고 암전 상황을 그대로 체험하면서 몇시간 뒤 봐야한다"라고 장난반 진담반 말했는데, 전쟁을 생생하게 체험해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아주 적절한 감상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힘들긴 할 것 같다. 빨리 다음 장면을 보고싶어서 현기증이 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부 연합군이 독일군의 덫으로 출전하기 직전에 어느 한 병사가 I Am a Poor Wayfaring Stranger(방황하는 나그네) 라는 19세기 미국 민요를 노래한다. 수많은 연합군 병사들은 홀린 듯 이 노래를 감상하고, 노래가 끝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 처럼 전쟁터를 향해 진군한다. 오히려 무덤덤한 그들을 통해 전쟁은 삶의 먼곳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명작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다크나이트가 내 최애 영화인데 1917은 그에 못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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