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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 대전 영화 추천 :: 사상 최대의 철수작전, 덩케르크리뷰/영화 리뷰 2021. 4. 2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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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아르덴 숲을 돌파한 독일군의 급습에 의해 영국, 프랑스, 벨기에 연합군은 덩케르크 등의 프랑스 북부 해변으로 몰리게 된다. 이에 영국 수상 처칠은 궁지에 몰린 연합군을 영국으로 구출하는 다이나모 작전을 감행한다. 하지만 약 33만 명의 대규모 연합군을 구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때 민간인 선박들이 작전에 합류하면서 병력 수송을 도왔는데, 이 민간인 선박들을 덩케르크의 작은 배들이라고 부른다. 영화 덩케르크는 이 구출 작전을 스크린에 그려냈다. 만약 다이나모 작전이 실패했다면 독일은 훨씬 수월하게 유럽을 지배했을 것이다.
한편 성공적으로 본국으로 후퇴할 수 있었던 이 병력은 훗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되어 전쟁의 흐름을 바꾸게 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하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첫 전투씬인 오마하 해변 전투를 보면 숨이 막힐 정도로 참혹하다.
다키스트 아워도 덩케르크 해변의 다이나모 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다키스트 아워는 영국의 군 지휘부의 치열한 논쟁과 판단을 그리고 있다고 하는데, 덩케르크와 같이 보면 전쟁의 프론트와 백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주인공을 주목하지 않는 영화
보통의 전쟁 영화는 적군과 아군이 확실히 나뉘고 주인공과 동료 간의 전우애가 중심이 되며 주인공과 아군의 생존을 위해 누군가가 멋진 유언을 남기면서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뻔한 클리셰를 포함한다. 하지만 덩케르크는 동료간의 눈물겨운 전우애보다는 서로는 생존을 위한 경쟁자이자 또 다른 적이 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자발적인 희생보다는 단체가 살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적과의 대규모 전투 장면도 없다. 소규모 전투만이 있을 뿐이고 이 소규모 전투의 목적은 승리가 아닌 철수이다. 덩케르크는 이렇게 전쟁 영화의 클리셰를 깼다. 클리셰가 과도하면 오그라들거나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고 너무 적으면 차갑고 지루한 느낌을 준다. 덩케르크는 후자에 가까운 영화다. 주인공이 존재하긴 하지만 관객들이 감정 이입할 요소가 거의 없다. 역사적 사실에 매우 충실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이름이 없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인물 중심이 아닌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물들 간의 대화를 최소화하고 시각적인 긴장감을 최대화했다. 전우애, 형제애, 사랑 등의 감정들을 덜어내고 군인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집중했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기법일 수 있겠으나, 최근 등장한 수준높은 서사 기법이라고 한다. 덕분에 다이나모 사건을 객관적으로 체험하듯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 덩케르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덩케르크로 간 듯한 느낌이 든다.
One week, One day, One hour
이 영화는 다이나모 작전을 육해공 세 영역으로 나눠 병렬로 그린다. 연합군이 구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육지에서 영국으로 철수하는 배를 기다리는 병사들의 일주일,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민간 배를 타고 구조를 하러 가는 민간인의 하루, 하늘에서 다이나모 작전을 엄호하는 전투기의 한 시간. 그리고 이 장면들은 연합군 전투기가 독일군의 전투기에 의해 추락하는 시점으로 모이게 된다.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시간의 마술사다. 헷갈리지 않으려면 정신 똑디 차리고 봐야 한다. 난 이 영화를 두 번째 봤을 때 이 플롯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생존 서스펜스 (사회 심리학적 실험)
놀란 감독은 '이 영화는 전쟁영화가 아닌 생존 서스펜스 영화'라고 한다. 덩케르크의 전투신을 보면 마치 지진이나 해일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볼튼 사령관(케네스 브래너)이 아직 수송되지 못한 프랑스군을 위해 덩케르크에 남는 장면을 제외하곤 동료 간의 전우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 중반부엔 장비를 하나하나 벗어던지며 바다에 자살하러 가는 병사가 나온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군인들이 있지만 아무도 말릴 생각이 없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동료의 자살까지 막아줄 수 있는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덩케르크는 전쟁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수송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약 10명의 군인들은 해변 구석에 좌초된 배에 들어간다. 그리고 만조가 돼서 배가 뜨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독일군이 배에 총을 쏘고 구멍이 뚫리게 된다. 겁에 질린 군인들은 밖에 나가서 망을 볼 사람을 고르게 되는데, 모두 영국 군인인 가운데에 홀로 프랑스 국적을 가진 군인을 타깃으로 정하게 된다. 같은 편끼리도 분열이 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배 내부에서의 치열한 공방전이 오가다가 만조가 되어 버렸고 배는 물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 영국 군인들은 빠져나오지만 프랑스 군인은 익사하게 된다. 이 프랑스 국적의 군인 덕분에 영국 군인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장면도 있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이런 장면은 다크 나이트에서도 볼 수 있다. 죄수가 탄 배와 관광객이 탄 배가 있는데, 서로는 서로를 폭파시킬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덩케르크에서도 이러한 사회 심리학적 실험을 넣었다.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정답이 없다.
핸드 헬드 기법과 한스 짐머
덩케르크의 음악감독 한스 짐머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많은 작품을 이미 함께 했다. 덩케르크 해변에서 독일 전투기가 등장하는 소리를 들으면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다. 덩케르크 (Dunkirk) OST 앨범의 title 수록곡 Supermarine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 어느것도 신경쓰지 못한채 당장 어딘가 숨을 곳을 찾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효과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고증에 충실한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에 cg 사용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상당 분량을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했다. 핸드헬드 기법은 카메라를 손으로 들어서 촬영하는 기법인데, 현장감과 생동감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덩케르크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는데 이 카메라는 크고 무거워서 핸드헬드 촬영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끝으로
전쟁 영화를 리뷰할 땐 언제나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양한 장치와 효과들을 보면서 역사 공부까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덩케르크는 너무나 사실적인 장면이 많아서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질문엔 항상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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