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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짭짤한 작은 상점을 읽고리뷰/책 리뷰 2022. 2. 9. 01:42
저자와의 인연
김유인 작가와는 1~2학년 때까지 친했다가 졸업하고 나서 최근에 다시 연락이 닿게 되었다. 그때에도 다양한 방면에 재능이 많았던 친구였는데, 역시나 사람은 안 변한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재능을 열심히 뽐내며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었다. 재작년에 학교 선후배와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오랜만에 재회를 하게 되었고 그때 이 친구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했었다. 한동안 생각지 못하다가 최근에 이 친구의 카톡 프사에 뜬 '나의 짭짤한 작은 상점'이라는 책을 보고 '맞다!' 하면서 오랜만에 톡도 보내고 책도 주문했다.
지금 당장은 앞날에 도움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도 언젠가는 반드시 쓸모가 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무언가를 시도하기 전에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고,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지? 하면서 결국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어중간한 시도 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이러한 경험을 몇 번 해보니 저렇게 생각하면서 보내는 의미 없는 시간들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 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웠고 '장고 끝에 악수가 난다'라는 명언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이후로는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려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고 바로 행동에 옮겼을 때 비록 실패하더라도 값진 교훈이나 또 다른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이 이 책에 아주 자세하게 적혀있다. 작가의 20대 초중반 삽질들이 성수동 어느 '짭짤한 작은 상점'이라는 과일의 씨앗이 되었다. 작가는 지금도 열심히 씨를 뿌리고 있을 것이다.
읽기 쉽고 재미있는 표현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맨 처음 글을 쓸 땐 문장 구조도 엉성하고 능동 표현과 수동 표현이 뒤섞인 내가 봐도 이해하기 힘든 글을 썼었다. 물론 지금도 절대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굉장한 시궁창이었다는 뜻) 글 한 개를 작성하는 것도 힘든데 책을 쓰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상업적으로 팔 수 있는 책은 평생 쓸 일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이 책의 문장들은 쉽고 재미있는 문장들이 굉장히 많다.
무언가 시도를 할 때, 부스러기처럼 떨어지는 경험은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분명한 경험치로 누적되었다가 부지불식간에 '레벨 업!'하고 소식을 알려주러 온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도 내 기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게 돕는 튜브가 되어서 나를 착실히 지켜주고 있다.
끌림은 어쩌다 얻게 된 헬륨풍선 같은 것이다. 나의 흥미를 자극했던 정보들은 잠깐이라도 손을 놓으면 찾을 수 없는 허공으로 멀리멀리 날아간다. 그러니 그것들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지 않게 잡아서 집어넣어야 한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좋은 글로 가득 찬 것 같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
이 그래프는 어설픈 수준의 지식을 획득했을 때 자신감이 폭발하는 것을 보여준다. 어느 분야에나 적용되겠지만, 특히 개발 커뮤니티에서 많이 언급되는 것 같다. 내가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도 20대 초반에 이러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컴퓨터 학원에서 포토샵 중급반 강의를 수강한 후 21세기 피카소로 빙의되어 처참한 썸네일을 만든 후 판매글까지 올리고야 말았다고 한다. 조회수는 올라가는데 사는 사람은 없고 'ㅋㅋㅋ'라는 댓글만 달렸다. 다행히 수치심을 잘 느끼는 사람이어서 금방 글을 내렸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이러한 자세가 훗날 성공의 조건에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 판매글은 한번 꼭 보고 싶다)
마행처우역거
책 중간에 나오는 단어이다. 쉽게 말하면, '쟤도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감이 사라질 때마다 이 단어를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낸다고 한다. 이 단어를 보니 대학교 전공과목 시간과 취준 때가 생각난다. 군대 가기 전까지 전공 수업을 그야말로 개판을 쳐놨다. 그리고 전역한 후, 입대 전 망쳐놓은 과목 중에 어떤 과목부터 손을 볼지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답이 없었다. 하지만 '남들도 하는데 내가 못할 이유는 없다'라는 생각 하나로 차근차근 공사를 시작했고 목표했던 평균 학점 3점대를 겨우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인 취준이 왔다. '출생아 수가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92년생인 내가 과연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취업할 수 있을까? 가뜩이나 채용문도 좁은 판에.. ㅠ'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마행처우역거의 의미를 되새기며 조금씩 준비를 해나갔고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다. 이 친구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꼈다.
감정 컨트롤
손은 부들부들 떨리면서도 이 사람은 수많은 판매자 중 별 볼 일 없는 나를 찾아와 준 귀인, 우린 인연, 운명...이라고 세뇌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감정을 컨트롤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느끼고 있다. 투자든, 사람과의 관계든, 공부든, 사업이든 그 이외의 어떠한 것도 감정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고 그렇지 못한다면 나쁜 결과를 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진부한 말인데.. 몸소 체험해보니 절절히 느껴지곤 한다. 인생은 감정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책은 어떻게 쓰는 걸까
책을 쓰려면 각 카테고리, 각 에피소드들을 미리 떠올려놔야 할 텐데 10년 치인 이 많은 에피소드들을 어떻게 떠올렸을지 궁금하다. 네이버 드라이브에서 좀 건졌을까? 잃어버렸던 일기장을 발견했을까? 친구들의 기억을 빌렸을까? 이외에도 많은 기억들이 휘발되었을 텐데 아까움을 느낄까? 사실 나도 수시로 기록하려는 습관을 들이려고 하는데, 스치는 생각들이 휘발되는 게 아까웠기 때문이다. 이때만 생각나는 것들이 있는데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 그리고 사라져 버린 것조차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 아깝다.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모아 모아 책을 집필했을지 궁금해진다.
재능 기부
작가는 자신의 재능이 아직 시장에 판매될 수준이 아닐 땐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판매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나도 2년 정도 전에 재능 기부를 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재능을 판매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돈이 없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 '내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침 월급 받으면서 개발을 하고 있었던 참이라(그리고 마침 당시가 더닝 크루거 효과의 '멍청함 피크 찍음' 단계인 자신감이 넘치는 단계였던 참이라) 무료 과외 카페에 접속하여 과외 학생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금방 어떤 어머니가 연락을 주셨고 3남매의 웹 프로그래밍 과외를 스카이프를 통해 원격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그 후로 4달 뒤엔 내가 이직 준비를 하게 되어 시간이 부족해졌고 어쩔 수 없이 과외를 중단하게 되었다. 개발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개발 지식을 설명해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꼭 무언가 얻는 것이 없더라도, 언젠가 다시 또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내 재능을 기부하고 싶다.
블로그 후기 포스팅의 나비효과
작가의 친구가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위해 작가에게 나중에 인터뷰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군대 용품점 운영 기를 준비했는데 정작 인터뷰 요청이 안온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운영기를 블로그에다 한번 올려봤는데 그 운영기를 보고 실제 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이 일화를 보고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이 떠올랐다.
한창 풋살을 자주 할 때 플랩풋볼이라는 개인 유료 풋살 매칭 플랫폼을 통해서 풋살을 즐긴 적이 있다. 그리고 이 후기를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야탑역 풋살장] NC백화점 6층스카이필드 풋살장(플랩풋볼 통해 신청) 그리고 포스팅한 것을 까먹었을 때 즈음...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 채용 인터뷰 제안 이메일이 왔었다.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이 회사로 찾아가서 인터뷰도 진행하고 궁금한 것도 여쭤보는 시간을 가졌다. 합격을 하긴 했는데 처우가 안 맞아서 결국 채용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 감사하고 재밌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내가 즐겨 쓰는 서비스를 소유한 회사에서 나를 채용하고 싶어 하다니!
끝으로
이 책을 다 읽고는 뭐랄까... 인간극장을 한편 본 듯했다. 대학 시절을 같이 보냈어서 그런지, 책의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곤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오뚜기처럼 뚝심 있게 잘 버텨내는 모습을 보니 장하다는 생각도 들고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내 후기가 너무 일기장 같아서 책을 아직 구매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과연 도움이 잘 될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뭐 재밌는 책 읽었음에 만족한다~ '지금 당장은 앞날에 도움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도 언젠가는 반드시 쓸모가 있다는 것' 잘 기억할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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